사진 그리고 단상

닭이 텃밭을 헤집는 이유는

몽당연필62 2012. 3. 12. 13:51

닭이 텃밭을 헤집는 이유는

 

 

겨울이지만 추위가 물러가고 바람도 잦아든 날, 닭 두 마리가 텃밭으로 외출을 했다.

닭들은 연신 얼지 않은 흙을 헤집어 모이를 찾으면서도 낯선 이의 기척을 느꼈는지 다리와 날개의 긴장을 풀지 않는다.

푸성귀라도 좀 남아 있으면 좋으련만, 밭에는 어디를 둘러봐도 푸른빛이 보이지 않고 검불마저 불에 태워져 까만 재가 되었다.

저 닭들에게 배춧잎이나 시래기를 던져주면 얼마나 좋아할까.

어쩌면 닭들은 지금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한 모이를 찾고 있는 것이 아닌지도 모른다.

그들은 텃밭의 흙을 헤집고 또 헤집으며, 주인보다도 먼저 봄을 일구고 있는 것이 아닐까.

 

글 몽당연필 / 사진 최수연(월간 전원생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