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이 텃밭을 헤집는 이유는
겨울이지만 추위가 물러가고 바람도 잦아든 날, 닭 두 마리가 텃밭으로 외출을 했다.
닭들은 연신 얼지 않은 흙을 헤집어 모이를 찾으면서도 낯선 이의 기척을 느꼈는지 다리와 날개의 긴장을 풀지 않는다.
푸성귀라도 좀 남아 있으면 좋으련만, 밭에는 어디를 둘러봐도 푸른빛이 보이지 않고 검불마저 불에 태워져 까만 재가 되었다.
저 닭들에게 배춧잎이나 시래기를 던져주면 얼마나 좋아할까.
어쩌면 닭들은 지금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한 모이를 찾고 있는 것이 아닌지도 모른다.
그들은 텃밭의 흙을 헤집고 또 헤집으며, 주인보다도 먼저 봄을 일구고 있는 것이 아닐까.
글 몽당연필 / 사진 최수연(월간 ‘전원생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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