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은 너무 오래 쉬고 있다
적막한 산골마을에 겨울이 깊었다.
나무들은 옷을 벗어 앙상하고, 응달진 산비탈엔 눈이 두께를 더해간다.
봄부터 가을까지 작물과 잡초로 푸르렀을 밭에도 모든 것이 말라 있다.
그 밭에 매여진 소마저 색깔을 맞췄는지 누른빛이다.
뜯어먹을 푸성귀가 있는 것도 아닌데 누가 밭에 소를 맨 것일까.
일몰보다 밤이 먼저 찾아오는 산골마을에 어느덧 어스름이 깔려오기 시작한다.
이젠 따뜻한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마실 간 주인은 돌아올 줄 모른다.
소들은 하염없이 주인을 기다리며 멍에를 메고 갈았던 밭을 왕방울 같은 눈으로 바라보고 서 있다.
사래가 길고 자갈땅인 밭은 꽁꽁 얼어 몸을 닫은 채 쉬는 중이다.
지금은 농한기, 밭이 쉬듯 소도 쉬고 주인도 쉬는 철이다.
모든 것이 쉬는 겨울이라고는 하나 주인의 휴식은 어디에선가 너무 길어지고 있다.
글 몽당연필 / 사진 최수연(월간 전원생활 기자)
'사진 그리고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녀는 있다 (0) | 2013.02.04 |
---|---|
굽은 몸 곧은 기상, 소나무 숲 (0) | 2013.01.25 |
부여 서동연꽃축제 현장 (0) | 2012.07.26 |
닭이 텃밭을 헤집는 이유는 (0) | 2012.03.12 |
늦었어도 늦은 게 아니다 (0) | 2009.1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