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색하고 하는 말

'서울 6개 외고 명문대 독식' 기사의 허와 실

몽당연필62 2008. 9. 24. 15:31

오늘 미디어 다음에 눈길을 끄는 기사 하나가 떴다. 출처가 서울신문인 기사 제목은 <서울 6개 외고 명문대 ‘독식’>이다. 국제중이니 기숙형 공립고니 사교육비니, 교육 정책이나 현실에 워낙 말이 많은 터에 외고가 명문대를 ‘독식’했다니 관심을 끌 수밖에.

 


기사 전문을 보려면 아래 주소를 클릭하세요.

http://media.daum.net/breakingnews/view.html?cateid=1067&newsid=20080924040824617&cp=seoul


기사를 읽고 난 느낌은 한마디로 한심했다. 외고나 명문대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 기사(정확하게는 기사의 제목)의 질 자체가 워낙 수준 이하였기 때문이다. 제목을 뽑은 편집기자는 23일 한나라당 박보환 의원(교육과학기술위원회)이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받은 ‘최근 3년간 외국어고·과학고 대학진학 현황’ 자료를 보고 한 “10명 중 6명이 이른바 명문대에 진학할 정도로, 서울 지역의 외고가 명문대 입학을 독식하고 있음이 수치로 확인된 것”이란 말을 참고한 모양이다. 하지만 코멘트에서 뽑은 제목이라 하더라도 서울 6개 외고가 명문대를 독식했다는 것은 정말 생각 없이 뽑은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 기사가 ‘독식’의 근거로 내세운 것이 ‘서울의 6개 외고(대원·대일·명덕·서울·이화·한영)의 최근 3년간(2006∼08년) 진학자 5879명 가운데 3735명(63.5%)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KAIST, 포스텍 등 이른바 상위 5개 명문대에 진학했다’는 것이다. 명문대 진학률이 63.5%나 되니 독식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여기서 ‘독식’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려면 6개 외교의 명문대 진학률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5개 명문대 신입생 가운데 6개 외고 출신의 비율이 과다했어야 한다. 이들 5개 명문대의 신입생 수는 매년 서울대 약 3000명을 비롯해 1만 2000명쯤이니, 3년이면 3만 6000명이 된다. 그리고 이들 중에서 6개 외고생 출신이 3735명이니 비율은 10% 수준이다. 6개 외고 출신이 5개 명문대 신입생의 10%를 차지했다면 분명히 적지 않은 비율이지만, 그렇다고 ‘독식’이라고 작은따옴표까지 해가며 강조할 정도일까.


더구나 ‘독식’이라는 말도 그렇다. 독식(獨食)은 혼자서 먹는다는 말이 아닌가. 6개 외고의 진학 비율을 따진 것이라면 ‘독식’이 아니라 ‘나눠먹기’가 맞다. 그나마 5개 명문대 신입생의 외고 출신 비율이 10% 수준이라면 ‘나눠먹기’라 표현하기도 민망하지만 말이다.


우리 사회에서 외고를 보는 시선이 결코 곱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중학교 때 우수한 학생들이 외고를 많이 선택하므로 명문대 진학률도 상대적으로 높다. 그러나 언론은 냉정하고 차분해야 한다. 독자들은 <서울 6개 외고 명문대 ‘독식’>이라는 기사 제목과 ‘서울 6개 외고의 명문대 진학률이 63.5%’라는 수치만 보고 우리나라 명문대는 온통 외고 출신 천지겠구나 하는 인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기사를 쓴 기자는 국어(한자 포함)와 산수 공부를 좀 더해야할 성싶다.


/몽당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