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색하고 하는 말

불교계 약올리는 "경위야 어떻든 사과하라"

몽당연필62 2008. 9. 9. 11:20

이명박 대통령이 9월 9일 종교편향 논란과 관련, 어청수 경찰청장에게 불교계에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경위야 어떻든 불교계 수장에게 결례해 물의를 빚은 만큼 어청수 경찰청장이 불교 지도자들을 찾아 사과하고 앞으로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을 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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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는 미덕이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상대편의 이해와 용서를 구하는 행위가 곧 사과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어청수 경찰청장에게 불교계에 사과하는 것이 좋겠다고 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이런저런 일들로 뿔이 잔뜩 나 있는 불교계도 어청수 청장이 진정성이 있는 사과를 해온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을 터.

하지만 사과에도 '기술'이 있다. 사과를 한다고 했는데 그것이 오히려 상대의 약만 올리는 결과가 된다면 하지 않느니만 못하지 않겠는가. 이명박 대통령의 말을 자세히 살펴보면, '사과는 하되 잘못을 인정하지는 말라'는 뉘앙스가 강하게 풍긴다. 바로 '경위야 어떻든'이라는 수식어 때문이다.

아니, 사과할 일이 있으면 깨끗하게 사과하고 아니면 말 일이지, '다소 억울한 면도 있지만'이라고 해석되는 '경위야 어떻든'이라는 말을 꼭 끼워넣으며 사과를 권유해야 했을까? 만약 어청수 청장이 불교계 지도자들 앞에서 "경위야 어떻든 죄송합니다" 하고 사과하면 사과를 받는 불교계 사람들이 퍽이나 유쾌하겠다!

그런 진정성 없고 오히려 불교계의 뿔만 돋구는 사과는 차라리 하지 마시라!

 

/몽당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