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쓰는 글

11월11일, 빼빼로데이 대신 가래떡데이를 쇠다

몽당연필62 2007. 11. 11. 20:17

 

11월 11일, 빼빼로데이 아니었어?

11월11일, 언젠가부터 '빼빼로데이'라 불리는 날이다. 빼빼로데이는 빼빼로라는 과자와 숫자 1이 길쭉하게 생긴 데서 착안해 만들어졌을 터이다. 그런데 빼빼로데이에 강력한 경쟁데이가 나타났으니 바로'가래떡데이'다.

 

가래떡데이도 11월11일이다. 청소년들 가운데는 '가래떡' 하면 "그런 떡이 있나?" 하며 고개를 갸웃할 이도 있겠으나, 쉽게 말하면 떡국떡으로 썰기 전의 긴 흰떡이다. 가래떡데이 또한 가래떡과 숫자 1이 길쭉한 데서 나온 것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같은 날 다른 데이'인 빼빼로데이와 가래떡데이는 그 연원을 찾아보면 소망을 이루고자 하는 염원이 담겨 있다. 빼빼로데이에는 날씬하고 키가 크고 싶은 여학생들의 바람이, 가래떡데이에는 우리 농산물을 애용해 주기를 바라는 농민들의 소망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11월11일, 우리집에서는 빼빼로데이를 쇠지 않고 가래떡데이를 쇠었다(?). 요즘 쌀소비가 줄어 쌀값이 하락하고 있는데, 가래떡을 먹으면 그 원료가 쌀이니 자연스럽게 쌀 소비에 기여하게 되기 때문이다. 굳이 가래떡을 먹은 것은 부모님이 시골에서 쌀농사를 짓고 계셔서 우리 농촌과 농민들이 얼마나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를 잘 알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래떡데이' 등 각종 농산물데이에 '농업인의 날'도

실제로 우리 농업과 농촌 그리고 농민은 외국 농산물의 수입이 개방되면서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젊은이가 거의 없어 노동력이 부족한 데다 농산물 가격도 수입한 것보다 비싸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농업계에서는 농축산물 판매 촉진을 위해 각종 농산물데이를 정하여 홍보하고 있다.

 

예를 들어 1월1일은 '배의 날'이다. 설날 어른께 하는 '세배'라는 말과 차례상에 배를 올리는 것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3월3일은 '삼겹데이'다. 3이 겹쳤으니 삼겹이요, 이는 당연히 삼겹살로 연결되지 않겠는가. 5월2일은 '오이데이'이면서 '오리데이'이다. 채소 오이와 축산물 오리고기를 먹어 소비하자는 의미가 담겼다. 9월9일은 '구구데이'로서 닭고기를 먹는 날이다. 닭에게 모이를 주려고 부를 때 "구구!" 하고 외치는 데서 착안했다. 10월24일은 '애플데이'인데, 싸우거나 서먹서먹한 사람과 사과를 주고받으며 화해를 하자는 날이다. 10월은 사과가 익는 계절이고 24일은 '둘이서 사과한다'를 줄인 날짜라고 한다.

 

11월11일 가래떡데이도 이처럼 우리 농산물의 소비를 촉진함으로써 농업과 농촌 그리고 농민을 돕자는 취지의 각종 농산물(축산물 포함)데이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그런데 11월11일이 실제로 가래떡과 제법 크게 관련된 법정기념일이라는 사실을 아시는지?

 

11월11일은 정확히 '농업인의 날'이다. 농업이 국민경제의 근간임을 국민에게 인식시키고, 농민과 농업 발전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해 정부가 제정한 기념일인 것이다. 11월11일이 농업인의 날로 된 것은 十一월十一일을 아래로 쓰면 土월土일이 되는데, 土(흙)는 농업의 터전이 되므로 이날을 농업인의 날로 삼아 해마다 기념행사를 치르고 있다. 가래떡 원료인 쌀을 생산하는 농민들의 날인 셈이다.

 

농산물 소중히 여기고 농민들에게 감사해야

요즘은 청소년들 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빼빼로데이를 비롯해서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등에 과자나 사탕, 선물을 주고받고 있다. 11월11일이 빼빼로데이인 것은 대부분이 알아도, 가래떡데이이거나 농업인의 날인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물론 이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기왕에 주고받는 선물이 수입해온 밀가루로 만든 것보다 우리 땅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원료로 만든 것이라면 더 좋지 않겠는가.

 

농산물은 우리가 날마다 먹고 있으며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평생 동안 반드시 먹어야 하는 소중하고 고마운 것임에도, 너무나 쉽게 구할 수 있기에 소중함과 고마움을 잊고 살아가기 쉽다. 그리고 요즘 사람들은 그것을 생산하는 직업인 농업이 얼마나 중요하며 농민들이 얼마나 존귀한 사람들인지를 잘 모른다.

 

농산물 그까짓거, 돈만 있으면 언제든지 얼마든지 수입해서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농산물(식량)은 국제사회에서 결정적인 때에 가장 효과적인 무기로 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진국일수록 농업 발전과 농민 보호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나라에 농업이 없으면 그 나라는 자존심도 잃는다. 농업인의 날이고 가래떡데이이며 빼빼로데이이기도 한 11월11일, 단 하루만이라도 진지하게 우리 농업과 농촌을 생각해보고 농민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몽당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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