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옳았다
어릴 적 민들레 제비꽃 앞다투던 골목길이 어느 핸가 돌담 밑동까지 아스팔트에 덮여 질경이도 달개비도 앉을 자리를 못 잡았는데, 어떻게 뿌리 내렸는지 분꽃과 까마중은 용케도 골목의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이것들을 누가 거름 줘 돌보기는커녕 외려 경운기와 트랙터가 오가며 소란 피우고 이집 저집 자식들 자동차도 험상궂게 달리며 겁이나 줬으련만, 겨울 초입까지 온전해서 꽃 피우고 열매 맺었다.
생각건대 생존 전략이 괜찮다. 타고난 자태가 소박하여 사람들 눈에 띄지도 거슬리지도 않았으니, 우락부락한 돌담 위세를 빌려 수십 마력 괴물 기계들이 몸 사리게 했으니.... 그렇게 분꽃과 까마중의 방식이 옳았다.
/몽당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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