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쓰는 글

논밭에 그려진 거대한 예술작품

몽당연필62 2008. 7. 11. 16:52

땅, 특히 농경지의 가장 큰 기능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이다. 우리는 논밭에 벼와 보리를 심어 재배하고, 콩과 옥수수와 고추와 마늘 들을 생산한다. 그런데 최근 농경지를 농산물 생산에 국한시키지 않고 예술작품을 배치하는 공간으로 활용하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충북 괴산군 감물면 이담리 일대 1만 2000㎡(약 3630평)의 논에는 가로 80m, 세로 100m의 거대한 규모로 상모를 돌리며 풍물을 치는 모습이 연출돼 있어 눈길을 끈다. 이 작품은 괴산군농업기술센터가 유색 벼를 이용해 친환경농업을 선도하는 청정 괴산의 이미지와 풍요를 상징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논에서 농악을?(사진 제공 : 괴산군청)

 

경북 의성군 금성면 탑리리 수수농원도 농지를 이용해 예술작품을 빚어내는 곳이다. 수수농원은 지난해 3만여㎡(약 1만 평)의 밭에 수수를 심고 톱밥과 폐비닐, 수수껍질 등을 이용해 밀레의 명작 '만종'을 새겼다. 가로 120m, 세로 200m 크기인 이 작품은 기구를 타고 공중으로 올라가서 내려다봐야만 전체를 볼 수 있는 규모였다.

      지난해 선 보인 '만종'은 건물과 자동차의 크기로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사진 제공 : 수수농원)

 

수수농원은 올해는 예술작품을 만들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내년에 수수 대신 다양한 허브를 이용해 새로운 예술작품을 선보이기 위해서이다. 수수농원에 따르면 현재 작품 제작용 허브를 기르고 있으며, 내년 3월부터는 허브 향기 속에서 새로운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한편 지난 6월 캐나다를 여행하던 도중 토론토발 밴쿠버행 비행기에서, 예술작품은 아니지만 재미있는 광경을 내려다보게 되었다. 광활한 농경지(목초지일 수도 있다)가 반듯반듯하게 잘 정비되어 있는데, 농경지 구획마다 흰색이나 초록색의 커다란 원을 지니고 있는 것이었다. 사진에 잡힌 마을 규모와 비교해볼 때 원의 지름이 최소한 100m는 넘을 성싶었다. 무수히 널린 이 원들이 어떻게 해서 생성된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마치 거대한 모자이크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캐나다의 농경지에 생성된 서클들.(사진 : 토론토-밴쿠버 노선 항공 촬영)

 

농경지를 본연의 이용 목적을 넘어 예술의 공간, 예술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은 신선한 발상이다. 농경지 자체가 괴산의 논과 의성의 수수농원처럼 지역 홍보와 관광객 유치의 수단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농촌의 어메니티를 이용해 도시민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그래서 농민들이 활력을 찾을 수 있는 방안들이 보다 많이 개발되기를 기대한다.

 

/몽당연필/

* 캐나다 농경지에 왜 저런 원이 있는지 아시는 분은 댓글로 알려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