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쓰는 글

쇠고기 수입량과 소비량 얼마나 될까

몽당연필62 2008. 5. 6. 19:19

쇠고기 수입량과 소비량 얼마나 될까

 

 

미국산 쇠고기 전면개방 합의로 촉발된 파문이 광우병 논란으로 번지면서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쇠고기시장 개방은 사실 어제오늘 갑자기 일어난 일이 아니며, 우리가 쇠고기든 돼지고기든 외국에서 들여온 축산물을 먹어온 것 역시 한두 해 된 일이 아니다. 쇠고기시장 개방은 생우(生牛)를 포함해 이미 오래 전부터 단계적으로 이뤄져 왔던 것이다.

 

1981년 생우 14만 마리 도입, 소값파동 발생

 

대부분의 사람들이 잊어버려서 그렇지, 우리나라는 이미 1981년 농가소득 다변화라는 명목하에 미국과 호주 등으로부터 무려 14만여 마리의 생우를 도입했었다. 이때 대량으로 도입된 외국 소 때문에 1984년 소값파동이 발생, 축산농민들은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지고 말았다.

 

1990년대 들어서는 UR(우루과이라운드)협상 타결 및 WTO(세계무역기구) 출범 등 세계적인 자유무역 기조 확산에 따라 검역과 환경 부적응 등의 문제가 있는 생우 대신 도축된 쇠고기를 수입하게 되었는데, 미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는 물론 멕시코에서도 쇠고기를 수입했다.

 

쇠고기시장이 사실상 완전 개방된 것은 수입 쿼터 폐지와 함께 생우 수입마저 자유화된 지난 2001년의 일이다. 이 해 4월 호주로부터 663 마리의 생우가 다시 수입되었는데, 특히 축산농민들의 분노와 저항이 극에 달했다. 20년 전 생우 수입으로 빚어진 소값파동의 상처가 겨우 아물었는데, 다시 외국 소가 마구잡이로 들어올 경우 한우사육 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질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2001년 인천항에 하역되고 있는 호주산 생우.

 

이러한 우여곡절 속에서 2003년에는 미국의 생우도 762마리가 수입되었으며, 2001~2003년 호주와 미국에서 수입한 생우는 7차례에 걸쳐 5,156마리나 되었다. 생우 수입은 이후에도 지속되었는데, 2006년 호주가 한국으로의 생우 수출을 자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잠잠해졌다.

 

쇠고기 2007년 20만3천 톤 수입, 2003년엔 29만4천 톤이나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연간 쇠고기 수입량과 국민의 쇠고기 소비량은 얼마나 되는 것일까. 아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사)한국육류유통수출입협회 통계자료에 따르면 연간 쇠고기 수입량은 1998년 8만7천 톤이던 쇠고기 수입은 2003년 29만4천 톤으로 정점에 이르렀고 지난해에는 20만3천 톤을 기록했다.

 

특이한 것은 미국산 쇠고기의 점유비가 1998~2003년에는 전체 수입 쇠고기의 절반을 넘었고 캐나다로부터의 수입 물량도 상당했으나, 2004년 이후에는 이 두 나라로부터 수입이 아예 없다가 지난해에 미국산이 겨우 1만5천 톤 들어와 7% 정도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미국이 쇠고기시장의 황금어장인 한국을 탐내고 압박하는 이유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2004년 이후 미국과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이 중단된 것은 말할 것도 없이 2003년 두 나라 소에서 발생한 광우병 때문이다. 이후 우리나라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했지만 검역 조건을 강화하고 뼛조각이 들어있으면 수입 물량 모두를 반품조치하는 등 강력한 대응책을 시행함으로써 두 나라의 쇠고기를 상당기간 우리의 식탁에서 격리할 수 있었다.

 

<최근 10년간 쇠고기 수입 현황>

(단위 : 천톤)

     연도

국가   

2007

2006

2005

2004

2003

2002

2001

2000

1999

1998

미  국

15

0

0

0

199

187

96

132

98

49

호  주

147

137

101

86

64

77

54

70

80

30

캐나다

0

0

0

0

5

12

6

19

12

4

뉴질랜드

38

40

39

46

25

17

10

11

9

4

기  타

3

3

2

1

0

0

0

6

0

0

합  계

203

179

143

133

294

292

166

238

197

87

자료 : (사)한국육류유통수출입협회, 검역 기준, 반올림으로 합계에 차이가 있을 수 있음.

 

한편 농림부(현재의 농림수산식품부)가 잠정 집계한 우리나라의 2005년 쇠고기 소비량은 31만7천 톤으로 2004년의 32만8천 톤에 비해 3.4% 줄었다. 이에 따라 2005년 쇠고기 자급률은 48.1%로 2003년 36.3%, 2004년 44.2%에 비해 높아졌다. * 실제로 계산을 해보면 좀 이상하다. 2005년 쇠고기 소비량이 31만7천 톤이고 위 표의 수입량이 14만3천 톤이면 국산 쇠고기가 17만4천 톤으로 자급률이 54.9%가 되어야 한다. 농림부가 발표한 자급률 48.1%와는 6.8%P의 차이가 나는데, 이는 무려 2만2천 톤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한우 도축장 모습.

 

아무튼 2005년 우리 국민(계산을 쉽게 하기 위해 5천만 명으로 잡자)이 31만7천 톤의 쇠고기를 소비했다면 이는 1인당 연간 6.34㎏, 날마다 17g의 쇠고기를 소비했다는 계산이 된다(그렇게나 많이? 할 수도 있지만 쇠고기는 고기뿐만 아니라 다른 형태-예를 들면 라면 수프-로도 섭취할 수 있으며 공업 원료로도 사용된다). 그리고 농림부의 발표 대로 쇠고기 자급률이 채 50%도 안 된다면 우리가 소비하는 쇠고기의 절반 이상은 수입된 것이라 봐야할 것이다. 

 

수입 거부가 아니라 안전한 쇠고기를 수입하라는 것

 

이렇게 이미 쇠고기가 수입되고 그것을 소비하고 있는데 이번 미국 쇠고기를 전면 개방한 것에 대해 국민이 분노하는 것을 정부는 이해할 수 없는 모양이다. 국민이 분노하는 이유는 단순하고 명쾌하다. 값 싸고 질 좋은 쇠고기를 먹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쇠고기는 수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 농민들은 생산비가 비싼 농축산물을 포기하고 대신 경쟁력이 있는 반도체와 자동차 등을 팔아야 한다는 비교우위론적 경제논리에 말할 수 없는 희생을 치르며 눈물과 함께 분노를 삼켰다. 하지만 이번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 개방에 대한 분노는 생산자뿐만 아니라 소비자, 특히 학생들까지 직접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상상할 수 없는 폭발력을 지녔다.

 

우리 농민들과 애증을 함께 해온 한우. 이제는 소비자들도 소 때문에 속이 상하고 있다.

 

정부는 소처럼 순박한 농민들의 아픈 상처를 어루만져주지도 못하면서, 이제는 먹는 것 가지고는 장난치는 게 아니라는 소비자들의 요구마저 외면하려는가. 국민은 요구한다. 해오던 수입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기왕에 수입하려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것으로 해달라고!

 

글, 몽당연필 / 사진, 농민신문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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