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숙과 낯섦 사이 * 통으로든 가루로든 열매를 거의 날마다 먹고, 잎은 장아찌 또는 나물로 먹고, 줄기는 마른 뒤 땔감으로 쓰고. 내가 이렇게 잘 알고 꽃 너를 수없이 봐왔음에도 문득 낯설어서 몸이 곧추세워지더란 말이지. 친숙과 낯섦 사이 아마 100번도 더 봤을 것이므로 너를 정말 잘 안다고 생각했는.. 사진 그리고 단상 2019.03.29
부모님의 인생 부모님의 인생 참기름처럼 늘 고소하기만 한 인생도 없고 고춧가루처럼 내내 맵기만 한 인생도 없다. 때론 웃음으로 때론 눈물로, 우리네 삶은 그렇게 맴돌면서 흐르는 것. 팔순 노인이 참깨와 고추를 말리고 있다. 노인의 인생에서도 고소하고 매운 날들이 뒤섞여 흘렀으리라. 올가을 고.. 사진 그리고 단상 2013.08.28
어머니의 삶은 고춧가루보다 매웠다 어머니의 삶은 고춧가루보다 매웠다 9월의 햇살이 한결 착해졌다. 봄볕엔 며느리를 내보내고 가을볕엔 딸을 내보낸다고 했던가. 어느덧 한 뼘 해도 아쉬워지는 가을, 햇볕은 짧아지고 약해진 힘으로도 릴케가 시 ‘가을날’에서 노래했듯이 마지막 과일들이 무르익도록 명(命)하여 완성을 재촉하고 있.. 사진 그리고 단상 2008.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