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그리고 단상

발등의 불? 초능력?

몽당연필62 2019. 11. 13. 22:39


발등의 불? 초능력?

아내 말은 늘 옳다.
"당신은 뭘 해도 꼭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해."
이번 건도 그렇다.
하고많은 시간 다 허비하고 게으름 피우다 막판에 몰린 요즘들어서야 일 좀 하는 체한다.
내일이 수능이라는데, 수험생도 아닌 내가 오늘도 열세 시간 가깝도록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다.
진짜 엉덩이에 땀띠가 나보기는 첨이다.
더구나 다된 겨울에!
고등학교 때 공부를 이렇게 열심히 했다면 서울대학교도 너끈했을 듯...

아내는 또 말한다.
"그래도 당신은 늘 다 해냈잖어?"
내가 이 사람하고 살면서 해낸 게 뭐였는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뭘 하고 그런데 그걸 늘 다 해냈단다.
아!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무슨 초능력이라도 발휘하며 살아왔다는 말인가?
그러나 아내의 말은 절대로 칭찬이 아니라 나의 게으른 천성을 아프게 지적하는 말일 뿐이다.

이번에도 아내의 말이 틀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미 발등에 불은 떨어졌고, 나는 이것을 해내야만 한다.
약속한 기간이 지났을 때 '해냈다'며 과거형으로 돌이킬 수 있어야 한다.

/몽당연필/

'사진 그리고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귀에게  (0) 2020.09.12
나뭇잎 배를 띄우며  (0) 2020.09.12
이거 나온 지 꽤 됐는데...  (0) 2019.11.09
전주의 품격!  (0) 2019.08.03
구치소에 갇힌 라일락  (0) 2019.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