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나무에게 존귀하거나 비루하거나, 곱거나 추하거나, 혹을 떼었거나 붙였거나, 늙는 건 아름다운 일이야. 한세상 이러구러 살아냈다는 증거잖아. 너를 가만히 보듬고 귀를 기울여 본다. 소곤소곤, 네가 들려주는 세월의 소리가 전해져 와. 빗소리 바람소리 천둥소리, 아이들 까부는 소리, 여인네 치성 드리는 소리, 칼과 창이 부딪고 포탄이 터지는 소리... 아, 너는 그 전설들을 죄다 담고 있구나. 옛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건 아름다운 일이야. /몽당연필/ 사진 그리고 단상 2021.04.26
무화과 무슨 들키면 안 될 사정이 있어 안에다 꼭꼭 숨긴 채 있어도 없다 하고 꽃을 꽃이라 하지 못할까 하기야 귀하고 중한 것을 함부로 보여줄 수는 없는 일이지 그래서 더 알고 싶어 비단치마 같은 꽃받침에 감춘 네 속살의 달콤한 비밀을 /몽당연필/ 사진 그리고 단상 2020.09.17
나뭇잎 배를 띄우며 처가에 신우대가 지천이라 잎을 몇 장 따 배를 만들어 보려니 막상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어렸을 때 눈을 감고도 척척 만들던 것인데.... 이렇게 접어 보고 저렇게 구겨 보다 결국 포기하고 인터넷을 찾아보니, 세상에 이렇게 간단했던 것을! 소싯적에 "두뇌가 명석하고 창의성이 뛰어나 장래가 촉망된다"는 칭찬깨나 받았는데(의사들아, 이래 봬도 내가 전교 1등 해봤던 몸이여~), 아무래도 선생님들이 나를 잘못 파악했던 듯하다. ㅠㅠ 아무튼 시치미 뚝 떼고 처조카의 아이들을 빗물 가득 담긴 대야 앞으로 불러 모아 대나뭇잎으로 배 만드는 시범을 보이니 요놈들 신기하다고 난리다. 아이들에게도 직접 배를 만들어 각자 이름을 짓게 한 뒤 진수식까지 나름 진지하게 열었다. 처가에는 신우대 울타리에 함선을 건조할 수 있.. 사진 그리고 단상 2020.09.12
발등의 불? 초능력? 발등의 불? 초능력? 아내 말은 늘 옳다. "당신은 뭘 해도 꼭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해." 이번 건도 그렇다. 하고많은 시간 다 허비하고 게으름 피우다 막판에 몰린 요즘들어서야 일 좀 하는 체한다. 내일이 수능이라는데, 수험생도 아닌 내가 오늘도 열세 시간 가깝도록 의자에 엉덩이를 붙.. 사진 그리고 단상 2019.11.13
이거 나온 지 꽤 됐는데... 이상하네. 우린 생각없이 패밀리요구르트를 사서 마셔왔는데, 이렇게 큰 요구르트 처음 본다며 신기해하는 사람이 오늘따라 왜 이리 많지? 심지어 마트에서 일하는 분들까지도... 하긴 900밀리리터짜리 우유팩이나 비피더스요구르트에 비교하니 쫌 크긴 크다. ㅎㅎ /몽당연필/ 사진 그리고 단상 2019.11.09
전주의 품격! 전주역앞 첫마중길에 걸린 플래카드 하나가 발길을 붙든다. 좋은 정보다. 그런데 네가 발길 붙들지 않아도 발이 달라붙게 생겼다. KTX 타고 가다 오송에서 SRT로 환승해야 하는데 열차가 지연이라니... 과연 무사히 환승열차 타고 오늘 귀가할수 있을까? ----------------------------- 컥! 환.. 사진 그리고 단상 2019.08.03
구치소에 갇힌 라일락 구치소에 갇힌 라일락 콘크리트 담장이 아무리 높아도 오는 봄을 막지 못하고 철조망 가시가 아무리 날카로워도 새어 나가는 향기를 가둬두지 못하네 내 마음 들고 나는 것 또한 이와 같으니 그 무엇이 막고 지킨들 하시라도 그대에게 달려가려오 /몽당연필/ 사진 그리고 단상 2019.04.24
라오스 여행, 블루라군 다이빙의 한을 풀다 라오스를 석달 반 만에 다시 가게 될 줄이야... 먼 길을 단기간에 또 가게 되어 귀찮기보다 좋았던 것은, 어렸을 때 앓았던 중이염의 트라우마 때문에 하지 못했던 블루라군에서의 다이빙을 한쪽 귀를 잃을 각오로 기어이 하고야 말았기 때문! 물론 좋은 친구들과의 부부 동반 여행이었기.. 나그네가 가는 길 2019.04.24
친숙과 낯섦 사이 * 통으로든 가루로든 열매를 거의 날마다 먹고, 잎은 장아찌 또는 나물로 먹고, 줄기는 마른 뒤 땔감으로 쓰고. 내가 이렇게 잘 알고 꽃 너를 수없이 봐왔음에도 문득 낯설어서 몸이 곧추세워지더란 말이지. 친숙과 낯섦 사이 아마 100번도 더 봤을 것이므로 너를 정말 잘 안다고 생각했는.. 사진 그리고 단상 2019.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