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뿌리거나 이종할 때 진심으로 풍년 기원하는 것이야 농부의 마음 아니겠나.
그런데 이 일을 어쩐담, 작년에 재미 좀 봤다고 너도나도 심은 양배추가 그만 정말로 대풍이 들고 말았다.
이거 제하고 저거 떼면 남는 것 없을지라 농부는 수확을 포기해 버렸다.
땀방울도 같고 뚝뚝 떨군 눈물도 같은 양배추들이 봄 다 지나도록 주인을 못 만났다.
갈 곳 잃은 양배추 덩이 덩이마다 꽃대를 올려 샛노란 꽃을 매달고 있다.
반갑고 예쁜 꽃이 아니라, 이 집 저 집 풍작이어서 허기진, 여리고 슬픈 꽃이다.
/몽당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