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부모님 원망 적잖이 했다.
하필 이 깡촌 무지렁이인가,
이웃들 앞다퉈 대처로 떴는데
뭐 있다고 궁벽한 두메를 지키고 사나....
그러다 어느 순간 철이 들었다.
내가 그냥 큰 게 아니구나,
당신들의 몸과 영혼을 양분 삼아
뼈와 살이 자라고 얼간이를 면했구나....
자신의 씨앗을 보듬어 싹 틔운 고목을 본다.
심재(心材)는 이미 썩어 거름이다.
어머니도 나를 저렇게 품어 키우셨겠지.
아버지도 스스로를 거름으로 내놓으셨겠지....
/몽당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