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그리고 단상

팽나무에게

몽당연필62 2021. 4. 26. 01:45

존귀하거나 비루하거나,
곱거나 추하거나,
혹을 떼었거나 붙였거나,
늙는 건 아름다운 일이야.
한세상 이러구러 살아냈다는 증거잖아.
너를 가만히 보듬고 귀를 기울여 본다.
소곤소곤,
네가 들려주는 세월의 소리가 전해져 와.
빗소리 바람소리 천둥소리,
아이들 까부는 소리,
여인네 치성 드리는 소리,
칼과 창이 부딪고 포탄이 터지는 소리...
아, 너는 그 전설들을 죄다 담고 있구나.
옛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건 아름다운 일이야.

/몽당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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